[헤럴드POP=박수인 기자] 고등학생 이정훈은 생애 첫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본 후 뮤지컬 배우 윤소호가 됐다. 처음으로 본 뮤지컬을 통해 뮤지컬 배우 윤소호가 탄생하게 됐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꿈이 막연했어요.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었는데 우연하게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게 됐어요. 돈이 없으니까 극장 4층 끝에서 봤는데 음향 시설에 차이가 있음에도 배우들이 부르는 가사가 다 들리고, 어떤 역할인지, 어떤 작품인지 다 느껴지는 거예요. 저 무대에 서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몇천명에 감동을 주는 직업이니까요.”
생애 첫 뮤지컬을 본 후 충격을 받은 윤소호는 부모님께 말했고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 뮤지컬을 하려면 노래를 잘 해야 된다는 생각에 음악학원을 등록했고 보컬 선생님을 만나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생각지 못한 오류가 있었다.
“수시를 보려는데 ‘연기’를 준비해야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거예요. 연기 학원을 다니려니 학원비가 비싸고 부담이 돼서 ‘혼자 해봐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수험생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얻으면서 혼자 준비 했는데 수박 겉핥기식으로 했으니 당연히 떨어졌죠. 아서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아들 연기를 했어요. 몇 년이 지나고 제가 그 시험장에서 말도 안 되는 연기를 했다는 걸 깨닫고 집에서 이불킥 했어요(웃음).”
우여곡절 끝에 윤소호는 서울예대 연기과에 입학하게 됐고 뮤지컬 ‘쓰릴미’로 데뷔했다. 이후 배우 김수로가 지어준 예명 윤소호라는 이름으로 뮤지컬계에 발을 넓혀갔다. 소호거리에 따왔다는 윤소호라는 이름은 ‘높을 소 맑을 호’라는 뜻을 더해 많은 이들에 불리고 있다.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 윤소호는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레 미제라블’을 꼽았다. 몇 천 명의 오디션 참가자, 몇 개월간의 심사 기간을 거쳐 최종 발탁된 윤소호는 150여회 동안 원캐스트로 공연해야 했다.
“오랜 기간의 오디션도 처음일뿐더러 150여회 공연한 적도 처음이었어요. 리허설까지 합치면 200회, 주 8회 공연이었어요. 주 2, 3일 공연에 맞춰져 있으니까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많이 했다 싶은데 3, 40회 한 거죠. 다른 작품은 보통 3, 40회를 하면 끝나니까요. 150회 대장정은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적응이 되더라고요. 시행착오를 겪었던 순간들이 유독 많았는데 힘든 만큼 행복했던 작품으로 남아있어요. 이후에 어떤 긴 작품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고요.”
오는 3월 18일부터 윤소호는 뮤지컬 ‘스모크’에 오른다. ‘스모크’는 이상의 시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창작 뮤지컬로 극중 윤소호는 순수하고 바다를 꿈꾸는 해(海) 역에 캐스팅됐다.
“이상 시인을 베이스로 해서 인생을 표현하고 있어요. 역사적인 현실를 다루는 부분도 있지만 어느 정도 각색된 배경 안에서 세 명의 인물 해, 초, 홍이 나와요. 제가 맡은 해라는 인물은 순수하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소년이에요. 이상의 어린 시절이죠.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아픔을 겪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작품이에요.”
윤소호는 ‘팬텀싱어’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고은성과 같은 역에 캐스팅됐다. 방송 이후로도 꾸준히 같이 연습하면서 매일 보는 사이가 된 것.
“라이센스 작품이라면 어느정도의 틀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발전되지만 이번 ‘스모크’는 창작 뮤지컬이라 대부분 연습을 하면서 만들어져요. 연습을 하면서 작품에 맞게끔 각자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거예요. 은성이 형과는 워낙 친하기도 하고 현재는 창작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경쟁심을 느낄 겨를이 없어요.”
한편, 윤소호와 고은성이 출연하는 창작 뮤지컬 ‘스모크’는 오는 3월 18일부터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