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모여 한 가지 주제를 두고 토론하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적당한 유쾌함을 유지하면서 각자의 의견을 적극 피력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처음에 나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외국 청년들의 모습이 신기했고, 나중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그들의 관점으로 일깨워주는 유익함에 빠져들었다. 이제는 여느 유명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는 비정상회담의 네 청년,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중국의 장위안, 독일의 다니엘, 미국의 타일러를 만났다. 토론을 하며 서로에게 배우고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다는 네 청년과의 대화는 예상대로 유쾌했다.
혜민: 비정상회담 방송이 10개월 정도 됐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이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거라 예상됩니다.
알베르토: 제작진이 행복해 보였기 때문에 저를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그때도 행복했지만 방송 출연 후 더 많이 행복해졌어요. 전엔 일을 하느라 바쁘기만 했는데, 꿈만 꿔 왔던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음악과 책을 무척 좋아해요.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요. 이탈리아에서 아주 작은 시집을 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남들처럼 대학을 가고 회사 들어가고 가장으로서 열심히 살았죠. 지금은 라디오에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신문에 칼럼도 쓰게 되었어요. 회사에서도 일이 두 배로 많아져 행복하고요. 행복이 행복을 키운 것만 같아요.
다니엘: 방송을 통해 얻은 것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물론 얻은 게 많은 만큼 힘든 점도 있어요. 예를 들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하루에 평균적으로 30장 정도 사진을 찍는 거 같아요. 그런 게 익숙지 않으니 어떤 때는 귀찮다는 마음도 생겨요. 그래서 대충 찍을 때도 있는데, 그럼 돌아서서 많이 미안해져요. 제가 소홀히 대한 그 시간이 상대방에게는 정말 중요하고 특별한 시간일 수도 있으니까요. 사람을 더 귀히 여기는 마음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타일러: 저는 미국 버몬트주의 작은 마을에서 살았어요. 길을 가다가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다 아는 사람이고, 길에서 경적을 울리는 차를 만나면 나를 아는 사람인가? 생각하며 돌아보게 되는 마을이죠. 그래서 항상 모든 사람과 사이가 좋아야 하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난 1년간 깨달았어요. 제가 하는 발언들을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도 없고, 저희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도 없다는 것을요. 사람들과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는 걸 배운 시간이었어요.
장위안: 방송한 지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지난 30년 인생 통틀어 만난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요. 그중에는 좋은 사람도 있었고 좋지 않은 사람도 있었어요. 예전에는 좋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세상에 왜 저런 사람이 있는지 이해가 잘 안 됐어요. 그런데 이제는 불교 가르침 중 “이 세상 안으로 온전히 들어가야 나중에 또 완벽하게 떠날 수 있다”는 말을 깊이 생각해 보게 됐어요. 이후 세상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왜 이런 사람이 존재하지? 라는 생각이 지금은 아,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 하는 이해의 마음으로 점점 변했어요.
혜민: 문화가 다른 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