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정선 기자] 잔잔함 속의 울림이었다.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동네 한바퀴 가 잔잔하고 소박한 프로그램과 유쾌한 MC 신동엽의 조화로움 속에서 따뜻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동네 한바퀴 는 지난 14일 오후 파일럿 방송으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제목 그대로 동네 한바퀴를 돌며 골목을 여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첫 회에 MC 신동엽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는 서촌을 선택했다. 그 결과 동네 한바퀴 는 신동엽의 추억 여행이 되기도 했다.

이날 방송은 서촌을 한바퀴 돌아보며 동네 주민을 만나고, 유명한 중화요리 식당을 찾고, 신동엽의 옛 추억 속 누나를 만나며 흘러갔다. 한 가지 눈길을 끈 것은 이 모든 것이 신동엽의 어린 시절 속 한 장면에 있었던 것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이 여행의 과정에서 털어놓은 신동엽의 유쾌한 일화들은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김혜수가 배화여고를 다녔다. 나랑 동갑인데 고등학교 때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었다"면서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자랑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또 한 집을 바라보며 그 집에 살았던 소녀를 추억했다. 그는 "이 집에 예쁜 여학생이 살았다"면서 "그런데 그 친구가 중학교 때 유희열과 사귀었다"고말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의 가장 재미난 하이라이트는 신동엽과 한 집에 살았다던 누나의 등장이었다. 누나는 "목욕탕에 가면 신동엽이 문을 열고 들여다봤다"고 폭로해 그를 당황케했다.
동네 한바퀴 는 나 혼자 산다 를 연출했던 이지선 PD의 새 프로그램이다. 나 혼자 산다 는 혼자 사는 남자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며 훈훈한 관찰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동네 한바퀴 또한 그러한 이지선 PD의 색깔이 잘 녹아있다.
나 혼자 산다 가 그랬듯 이 프로그램은 화려하지 않다. 특별한 미션이나 주제 없이 동네를 여행하고 그것을 관찰하는 것이 동네 한바퀴 의 전부다. 그럼에도 동네 한바퀴 의 첫 인상이 좋았던 건 소박함 속에서 따뜻함이 얼굴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소박한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웃음이 동네 한바퀴 의 매력이었다.
그리고 이 잔잔함 속에서 울림을 줬던 건 출연자들이었다. 특히 신동엽은 특유의 입담으로 동네 한바퀴 에 예능적 요소를 더했다. 자칫 그저 잔잔하기만 했을 수 있었던 동네 한바퀴 는 신동엽의 깨알 같은 예능감으로 유쾌하게 업그레이드됐다.
동네 한바퀴 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어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까. 소박한 골목 여행의 다음 행선지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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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동네 한바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