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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잊지 못할 휴가] 마지막 휴가다운 휴가는 팬티 차림의 뗏목 래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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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그맨 김병만

휴가라는 게 일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잊고 쉬는 것 이라면 나는 최근 몇 년간 휴가다운 휴가를 즐겨본 적이 없다. 일정이 없어 쉴 때도 뭔가 하지 않으면 곧 불안해진다. 그것도 어떤 식으로든 지금 내가 하는 일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스카이다이빙 코치 자격증이나 중장비 기사 자격증도 모두 내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필요해서 딴 것이다. 자기 자신을 텅 비워버리면 절대 남을 웃길 수 없다.

내가 휴가다운 휴가를 즐겨본 게 언제였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니 2005년 여름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당시 이수근, 변기수 등 코미디언 선후배 20여명과 함께 전북 완주군의 계곡으로 놀러 갔다. 그곳은 내가 어릴 적 살던 고향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놀러 온 동료들은 흥분했다. 그 흥분과 열기를 어떤 식으로든 발산시켜주지 않으면 이곳에 오자고 한 내게 해코지라도 할 것 같았다. 나는 즉석에서 래프팅을 하자 는 아이디어를 냈다. 물론 보트도 제대로 된 노도 없었다. 숙소에 있던 큰 스티로폼을 엮어서 뗏목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남자 10여명이 팬티 차림으로 막대기를 노 대신 집어들고 그 엉성한 뗏목에 올랐다.


	요즘은‘정글의 법칙’촬영을‘반쯤 휴가’라고 생각하고 산다. 뉴질랜드 촬영 중 내 옆에 다가온 물개와 사진을 찍었다. /김병만씨 제공 사진

그런데 인적이 드문 계곡 상류에서 잠깐만 즐기자고 한 것이, 아뿔싸, 너무 신이 나 버렸다. 정신없이 막대기를 저으면서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무리 지어 캠핑하는 계곡 하류까지 와 버렸다. 눈앞이 캄캄했다. "김병만, 팬티 차림으로 무모한 래프팅"이라는 기사 제목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모두 잽싸게 얼굴을 가리고 엎드렸다. 다행히 아무도 우릴 알아보진 못했던 것 같다.

그날 저녁에 내가 모닥불을 피워 숯불구이를 만들고, 계곡에서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도 끓였다. 동료들은 "병만이 형은 정글 가서 살아도 되겠다"며 재밌어 했다. 사실 난 어릴 적부터 계곡에서 그렇게 놀았기 때문에 익숙한 것인데, 도시에서 산 친구들은 그런 내 모습이 재밌었나 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현재 출연하고 있는 SBS 정글의 법칙 에서 쉽게 오지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어린 시절 경험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이런, 또다시 일 얘기로 돌아와 버렸다. 일이 바쁜 지금은, 그저  정글의 법칙 에서 한 달에 한 번 오지에 가는 것을 휴가라고 생각하고 살기로 했다. 그게 내 팔자라면 나는 즐겁게 그 팔자를 받아들이련다.